[세운맵] 을지로 사용법 2

을지로 사용법 2

을지로 기반으로 활동하는 청년 예술가 고대웅 작가가 을지로를 사용하는 실용적인 방법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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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동 청계천로 ⓒ고대웅

#1 생리현상 해결하기

괜찮다. 부끄러워 말자. 누구에게나 생리현상은 일어난다. 하지만 산림동은 그대에게 쉽게 화장실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알아두자 어디에 우리가 쓸 수 있는 화장실이 있는지.

을지로는 원도심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기반시설도 마찬가지다. 변소는 생활공간 밖에 있었거나 공용으로 쓸 수 있는 형태로 존재 했었다. 동네가 ‘생활권’에서 ‘산업권’으로 변화하면서 거주시설은 공장, 매장 혹은 산업종사자들의 임시 숙소로 바뀌게 되었다. 건물은 그렇게 화장실을 줄여 임대공간을 늘려 나갔다. 화장실의 수는 줄어들었다. 남겨진 대부분의 화장실은 80년대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에 을지로를 찾았다 골목에서 생리현상이 급히 찾아오기라도 하면 심각한 상황이 펼쳐질만하다.

<공공이 운영하는 화장실>

      • 세운상가

서울시는 세운상가, 청계상가, 대림상가를 보행데크로 연결하는 1차 다시세운프로젝트를 시행하였다. 그와 함께 공공 화장실이 신축되었다. 세운상가 초입 1층 세운홀과 동서로 늘어선 보행데크 2층에 들어서면 화장실을 만날 수 있다. 단, 시간이 늦어지면 문을 닫기으니 낮시간에 이용하기에 용이하다.

      • 을지로지하보도

을지로4가역 2호선, 5호선 화장실이 두 개 존재한다. 출근시간을 제외하곤 여유 있는 곳이니 편하게 이용하실 수 있을 것이다.

      • C.ENTER

시각예술 거점공간 C.ENTER는 예술가들에게 오픈된 공간이다. 와서 전시 관람과 세미나를 들으며 자유로이 화장실 사용이 가능하다. 산림동을 조망해볼 수 있으니 3층까지 걸어올라오는 수고를 감수하길 바란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화장실>

      • 반석교회

반석교회는 산림동에 계신 사장님들에게 1층 화장실을 개방해주고 계신다. 동네 분들에게 소중한 공간이고 개인이 관리하는 공간이기에 다급할 때 방문하시길 바란다.

 


#2 우천 해결하기

창작에 대한 고뇌를 안고 골목을 거닐다 갑작스런 소나기와 우박이 쏟아진다. 하지만 아직 볼일이 남아 돌아 갈 수 없다면 우린 어디로 가야 할까.

      • 청계/대림상가 1층 데크 아래

철공소를 걷다 비가 온다거나, 아직 공장에 볼일이 남았다면 세운상가 1층 데크 아래를 추천한다. 3층에 조성된 보행 데크는 1층에게 넓은 지붕이 되어준다.

      • 을지로 지하쇼핑센터

을지로 지하보도는 시청~ddp까지 갈게 늘어서 있다. 을지로에서 쇼핑중 비가 온다거나 방산시장, 중부시장, 산림동 철공소 마을, 인현동 인쇄마을에 볼일이 있다면 지하도를 통해 비를 피하고 이동하길 추천한다.

ps.  무더운 여름에도 뜨거운 태양을 피하며 다니기 좋은 통로이다.

      • 카페

을지로 카페들은 리모델링을 하면서 화장실을 정비한 곳들이다. 비가 그칠때까지 따뜻한 한잔 하며 을지로 풍경을 보길 추천한다.

 


#3 나의 위치는 어디쯤에 있는가

사장님들이 얼마나 친절하신가에 따라 철공소  길에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자가진단 결과 산림동에서 위치가 낮다고 여겨질 경우에는 공장 사장님들이 공격적인 반응을 보인다 하더라도 허허실실 웃으면서 넘어가는 여유를 발휘할 수 있길 바란다.

남녀 성에 대한 구분과 차별을 하고 싶지는 않으나 현장에선 성별에 따라 친절도가 많이 달라진다. 남성인가? 남성이라면 초면에 친절은 기대하지 말자. 그렇다면 받는 상처는 줄어 들 것이다. 다음, 혹시 카드로 결제할 예정인가? 한참을 작업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후, 혹은 작품 제작이 끝났을 때 결제를 위해 카드를 꺼낸다면 열에 아홉곳은 카드 결제가 안된다며 불만을 말씀하실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제작에 들어가기 전, 일이 진척되기 전 결제 수단이 카드라는 것을 알려 드리길 권한다.

남성이며, 카드로 결재해야한다면, 혹은 사장님과 친해지고 싶다면 몇 가지 팁을 제시하고 싶다. 다음 챕터에서 이야기 할 ‘눈탱이 맞지 않기’에 주목해보길 바란다.

 


#04. 눈탱이 맞지 않는 관계 맺기

자신의 위치를 어느 정도 인지 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관계를 맺어야 할 것이다. 물건을 구매하거나 제작을 맡길 때 ‘눈탱이 맞았다’는 말을 왕왕 듣게 된다. 시장 가격보다 비싸게 바가지를 쓰게 되는 상황을 자조하는 표현이다. 눈탱이의 위험성은 위치의 상하와 무관해 보인다. 오히려 사장님과 내가 맺은 관계가 더 중요해 보인다.

그렇다면 살아온 과정도 다르고 나이도 다른데 어떻게 우린 관계 맺을 수 있을까.

첫째, 명함을 받아라.

견적만 알아보고 나온다고 할지라도 꼭 명함을 받길 권한다. 사장님들에게 명함을 받는 행위는 “나는 당신을 다시 찾아 올거에요.”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주는 사장님의 입장에선 “너를 나의 잠재적 고객 리스트로 기억하겠어.” 라는 의미를 가지게 한다. 이는 다음에 관계를 이어 나갈 때 좋은 시작을 만들어 줄 것이다.

둘째, 작은 음료는 사가라.

한손에 잡히는 작은 음료는 비싸지 않지만 그것에 사장님의 목구멍을 넘어가는 순간 더 이상 싸지 않다. 제작과 견적이 나오는 순간 지속적으로 친절과 적정 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되어줄 것이다. 하지만 위에 도착할 때 쯤 마신 기억을 휘발시키는 사장님들도 계시니 긴장을 풀지 않길 바란다.

셋째, 그의 기술을 사랑해라.

만약 사장님께서 어떤 작업을 하고 계시다면 매우 좋은 타이밍이 되어 줄 수 있다. 사장님께서 만드시는 것을 보니 너무 멋지다며 진심어린 칭찬과 웃음을 건네길 바란다.

넷째, 결과를 공유해라.

사람은 누구나 성취에 대한 갈망이 있는 것 같다. 오랜 시간을 투자해 기술을 연마한 장인들에게 자신이 만든 것이 어디서 어떻게 존재하는지는 큰 활력이 된다. 사장님의 손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어디서 어떻게 전시 될지를 상상 하실 수 있도록 설명 드리고, 완성 후 실제 설치 이미지까지 송부 드린다면 지불한 비용 이상의 성취감을 덤으로 선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긴 상호 신뢰와 관계는 이후 만남에 좋은 바탕이 되어줄 것이다.

 

시원한 음료, 결과를 나눠나가는 과정을 통해 거친 남자들의 마음을 훔칠 수 있길 바란다. 첫 단추가 잘 끼워진다면 이후 진행될 일들은 보다 수월할 것이다. 이제 을지로는 당신이 상상하는 것들을 하나씩 만들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