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소식

산림살림: 머티리얼랩 - 산림동의 재료들

서울이라는 도시를 하나의 마을이라고 한다면, 청계천과 을지로는 ‘서울의 저잣거리’ 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초고도화된 도시인 서울의 가장 중심인 중구에, 서울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경제행위를 지탱하는 34개의 시장이 있다는 것은, 이 시장들이 여전히 서울에 유용한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금속가공을 업으로 하는 공장지대인 산림동은 서울의 대장간, 서울의 공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산림동은 외형에서 보이는 것과 달리 ‘서울의 저잣거리’에 필요한 물건을 생산해내는 중구와 서울의 필수 요소입니다. 보통의 시장들은 다른 곳에서 대량으로 생산되어 유통되는 ‘제품’을 소비자에게 전달합니다. 그러나 산림동은 서울의 다른 시장들과는 다르게 ‘생산 능력’을 유지하고 있는 곳입니다. 이 곳은 사용자의 필요와 요구에 따른 생산이 이루어지는 온-디맨드 공방의 역할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량생산-대량소비 경제체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이러한 공방으로서의 시장의 기능을 잊어버리게 되었지요. 그러나 산림동은 여전히 무언가를 만드는,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소중한 곳입니다. 이러한 산림동의 기능을 이해하지 못하는, 또 못하게 하는 많은 욕망들로 인해 우리는 산림동 또한 곧 사라질 것이라는 불안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젠트리’가 모이는 과정 없이 지역이 ‘뜨고’,‘개선되고’,‘정비되는’ 과정에서 그 지역의 근원적 가치가 사라지고, 결과적으로는 높은 임대료와 비슷비슷한 소비지역이 형성되는 것을 우리는 지속적으로 경험해 왔습니다. 산림동의 미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기도 합니다. 산림동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서울의 공간정책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공무원분들도, 이 프로젝트를 수행한 우리 역시 그런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서울에서 이제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온-디맨드 공장인 산림동의 기능은 여전히 서울에 필요합니다. 굳이 이 비싼 땅, 서울의 중심인 이곳이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명확히 답할 수 있습니다. 그런 위치에 있기 때문에 산림동이 서울의 공방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전시는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를 아주 간소하게나마 알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기획되었습니다. 그 방법으로, 우리는 산림동에서 만난 많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지금 산림동에 필요한 것’을 간단하게나마 구현해 본 것입니다. 우리는 필요한 것은 구매하면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필요한 것은 누군가 만들어야 하는 것이며, 메이커스 시대에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기능을 가진 생산지, 산림동은 매우 소중합니다. 본 전시는 서울문화재단의 ‘지역문화 네트워크, 프로젝트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내용연구소가 중구문화재단과 함께 수행한 산림살림 사업의 결과물입니다. 산림살림 프로젝트는 급박한 변화의 과정에 있는 산림동에서, 가능한 아무도 소외받지 않을 방법을 모색하는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