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유튜브 알고리즘처럼 이 곳에 오면 생각지도 못한 작품들이 떠오르기도 해요.”
영감을 얻기 위해 을지로 구석구석을 가끔 걷는 김진아 작가
세운기술중개 서비스는 다양한 창작활동을 하는 작가들에게도 유용한 창구가 된다.
글 오아영, 사진 류승완 ⓒ세운협업지원센터
자기소개와 작업을 알려주세요.
안녕하세요. 작가 김진아입니다. 저는 2013년부터 미디어아트 작업도 가끔 하고, 설치 작업 등 손이 닿는대로 다양하게 하고 있어요. 형태를 정해놓고 하는 편이 아니라 사람들과의 소통 지점을 생각하고 많이 실행하는 편이에요.
작가가 된 계기가 있나요?
항상 무언가를 만들고 그걸 가지고 깊게 이야기하는 게 좋았어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시인이나 화가, 가수 셋 중에 하나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작가가 되었네요(웃음).
(사진) 방랑자의 농장, 2019, 김진아 작가 제공
소재를 새롭게 바라보고, 재해석하여 일상을 말하다
<방랑자의 농장>은 어떤 것을 표현하려고 하신 건가요?
먹고 사는 것에 대한 고민을 다들 많이 하잖아요,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에 대하여.
저도 그랬어요. 그런 고민 중에 우리가 먹는 것을 다루는 방법이 우리 자신을 다루는 방법과 매우 비슷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식자재 마트를 가면 다듬어져있잖아요. 저희는 소비할 때 판매되는 부분만 접하다 보니까 전체를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때 식물에 관한 첫 번째 작업으로 개인전 <무용의 레이어>를 진행했었어요. 이후에 때마침 집의 전세기간이 만료되어 나가야되는 상황이 되면서 식재료를 공간과 연결지어 생각을 해봤어요. 공부를 하다 보니 최근에는 수경재배 시스템이 식재료를 생산하는데 쓰이더라고요. 결국 좁은 공간에서 효율적으로 대량생산을 하고 음식도 거의 찍어내는 방식으로 바뀌어 가는 것 같고요.우리는 채소를 보면서 보통 자연을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다음 세대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게 현실이랑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작품을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사람들이랑 얼마나 소통할 수 있을지를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했던 부분이었고, 이 작품으로 인해서 사람들이 조금 의문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이 사람이 왜 이것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같은...
기술중개소를 어떻게 알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지인의 추천으로 알게되었어요. 여자로서 이 주변에서 물건을 사려면 과감함이 필요하거든요. 대량으로 구매하는게 아니다보니 보통 사장님들이 반기는 손님은 아니에요. 하지만 기술중개소를 통하면 조금 더 편하게 사장님들과 거래를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고요. 처음에는 궁금해서 신청해봤는데 기술중개인이 거래를 도와주는 역할이 좋았던 것 같아요. 같이 다니다보니 이걸 시도해볼지, 저걸 시도해볼지 여러 시도의 가능성을 열어준 것 같고요. 저는 상가 안에 잘 들어가지 않거든요. 그런데 기술중개인이 직접 친절하게 여러 곳을 안내해주셔서 많은 곳들을 알게 되고 사장님들과 얼굴 익히게 되면 작품도 굉장히 업그레이드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수많은 재료들 속에서 영감을 얻다
평소에 작품을 만드실 때 세운상가군을 활용하셨나요?
대부분 청계천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영감을 받는 경우가 많았는데, 직접 상가 안으로 들어가려는 생각은 많이 하지 않은 것 같아요. 모터를 사려고 할 때 많이 왔었죠. 근데 사장님께 추천을 받는다기보다는 제가 이미 살 것을 정하고 사러 오는 정도였어요. LED 디밍 장치를 사러 왔었는데 사장님이랑 길게 대화해본 게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작가들은 대부분 혼자 작품을 구상하고 만드는 편이라 어디에서 첨언을 받을 기회가 많이 없어요. 근데 여기에서는 사장님들에게 조언을 받을 수 있는 게 좋은 것 같고, 특히 전기 부분이 그렇죠. 모든 것을 잘할 수는 없으니까요. 마치 유튜브 알고리즘처럼 이 곳에 오면 생각지도 못한 작품들이 떠오르기도 해요. 처음 보는 재료를 만나면 좋은 것 같은데 한번 써볼까? 하다가 좋은 작업이 나오기도 하거든요. 시각적으로 나에게 새로운 것들이 보인다는 걸 인지할 수 있는 곳이잖아요. 그래서인지 그냥 영감을 받으려고 일부러 지나다닐 때도 있어요.
예술가에게 세운상가는 어떤 곳일까요?
작가(예술가)들에게 청계천 일대란 영감의 시발점이면서, 사장님과 직접 마주 대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은 곳 같아요.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선배 소개로 친절한 곳에서 구입했었는데, 학교 나온 지도 오래 되었기 때문에 뭔가를 구매하는데 소개나 첨언을 들을 수가 없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생각하기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공간, 서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예술가들의 교류공간” 같은 게 있다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예술계라고 하면 미술 뿐만이 아니라 연극, 뮤지컬, 무대, 극작 등등 정말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있는데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이 만나게 될 때, 서로 모르는 걸 알게 되고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는 거죠. 아무리 인터넷이 발달했다지만, 어쩔 수 없이 점점 비대면화가 되면서 그런 효율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사진) 방랑자의 농장 부품들, 김진아 작가 제공
세운 네비게이터, 기술중개를 만나다
작품을 만들면서 가장 큰 어려움은 뭐였나요?
물 새는 부분이 제일 어려웠어요. 모터를 구매했는데 출력이 너무 세서 출수구를 뚫었는데도 불구하고 물이 자꾸 넘치는 거에요. 결국 모터를 작은 것으로 바꿨죠. 일단 공중에 떠있는 수경재배의 모듈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계속 그림을 그리면서 열심히 공부를 했죠. 펌프로 물이 위로 올라가서 흘러 내려오는 형식이어야 했거든요. 처음에는 DIY수경재배 세트가 있는지 찾아봤는데 공중에 띄울 수 있는 건 없었어요.또 한가지, 파이프 살 때 재단을 요청했는데 처음엔 안된다, 원장으로 들고 가야된다고 말씀하셨어요. 이럴 경우에는 일단 사겠다고 해놓고 차 불러서 실어가야 하니까 잘라주세요 하면 되더라고요. 그러면 일단 톱질을 하게 되니까 이왕 자르게 되는 상황에서는 몇 cm로 잘라달라고 하는 요청에 거절하시진 않거든요.(하하) 그렇게 해서 원하는 길이의 파이프를 가져가게 됐죠.
공중에 띄우는 컨셉 때문에 개발을 직접 해야 했고, 기술중개까지 오게된 거군요.
네 맞아요. 기술중개를 받으면서 조금 변경된 부분도 생기고, 더 좋아진 부분들도 있어요. 여러가지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방랑자의 농장> 이후 어떤 전시들을 하셨나요?
이 전시를 한지 무려 1년이나 지났네요. 저는 그 사이에 레지던시도 하고 일본에서 개인전도 전시했었어요. 지금까지 했던 전시들을 한번 싹 보여주고 싶어서 아카이브 전시같이 했고, 신작도 하나 했고, 미공개작도 보여주고 그랬죠.
벌써 마지막 질문이네요. 앞으로의 계획이나 작업이 궁금합니다.
코로나19로 계획이 많이 취소가 되서..지금 만들고 있는 작업이라기보다는 요즘에 도시재생 분야에 관심이 생겨서 사회적기업을 운영하고 계시는 대표님이랑 전시도 하고 리서치도 하면서 활동하고 있어요. 작업실도 도시재생 구역에 있고요. 능곡이라는 곳인데, 거기에서 지금 활동을 하고 있으니 곧 뭔가 만들어지겠죠? 전시같은 것들은 대부분 다 취소가 되고 있는 상태여서 계획만 열심히 짜고 있어요. 그래도..잘 되겠죠?
김진아 작가 홈페이지
“마치 유튜브 알고리즘처럼 이 곳에 오면 생각지도 못한 작품들이 떠오르기도 해요.”
영감을 얻기 위해 을지로 구석구석을 가끔 걷는 김진아 작가
세운기술중개 서비스는 다양한 창작활동을 하는 작가들에게도 유용한 창구가 된다.
글 오아영, 사진 류승완 ⓒ세운협업지원센터
자기소개와 작업을 알려주세요.
안녕하세요. 작가 김진아입니다. 저는 2013년부터 미디어아트 작업도 가끔 하고, 설치 작업 등 손이 닿는대로 다양하게 하고 있어요. 형태를 정해놓고 하는 편이 아니라 사람들과의 소통 지점을 생각하고 많이 실행하는 편이에요.
작가가 된 계기가 있나요?
항상 무언가를 만들고 그걸 가지고 깊게 이야기하는 게 좋았어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시인이나 화가, 가수 셋 중에 하나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작가가 되었네요(웃음).
(사진) 방랑자의 농장, 2019, 김진아 작가 제공
소재를 새롭게 바라보고, 재해석하여 일상을 말하다
<방랑자의 농장>은 어떤 것을 표현하려고 하신 건가요?
먹고 사는 것에 대한 고민을 다들 많이 하잖아요,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에 대하여.
저도 그랬어요. 그런 고민 중에 우리가 먹는 것을 다루는 방법이 우리 자신을 다루는 방법과 매우 비슷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식자재 마트를 가면 다듬어져있잖아요. 저희는 소비할 때 판매되는 부분만 접하다 보니까 전체를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때 식물에 관한 첫 번째 작업으로 개인전 <무용의 레이어>를 진행했었어요. 이후에 때마침 집의 전세기간이 만료되어 나가야되는 상황이 되면서 식재료를 공간과 연결지어 생각을 해봤어요. 공부를 하다 보니 최근에는 수경재배 시스템이 식재료를 생산하는데 쓰이더라고요. 결국 좁은 공간에서 효율적으로 대량생산을 하고 음식도 거의 찍어내는 방식으로 바뀌어 가는 것 같고요.우리는 채소를 보면서 보통 자연을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다음 세대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게 현실이랑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작품을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사람들이랑 얼마나 소통할 수 있을지를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했던 부분이었고, 이 작품으로 인해서 사람들이 조금 의문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이 사람이 왜 이것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같은...
기술중개소를 어떻게 알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지인의 추천으로 알게되었어요. 여자로서 이 주변에서 물건을 사려면 과감함이 필요하거든요. 대량으로 구매하는게 아니다보니 보통 사장님들이 반기는 손님은 아니에요. 하지만 기술중개소를 통하면 조금 더 편하게 사장님들과 거래를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고요. 처음에는 궁금해서 신청해봤는데 기술중개인이 거래를 도와주는 역할이 좋았던 것 같아요. 같이 다니다보니 이걸 시도해볼지, 저걸 시도해볼지 여러 시도의 가능성을 열어준 것 같고요. 저는 상가 안에 잘 들어가지 않거든요. 그런데 기술중개인이 직접 친절하게 여러 곳을 안내해주셔서 많은 곳들을 알게 되고 사장님들과 얼굴 익히게 되면 작품도 굉장히 업그레이드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수많은 재료들 속에서 영감을 얻다
평소에 작품을 만드실 때 세운상가군을 활용하셨나요?
대부분 청계천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영감을 받는 경우가 많았는데, 직접 상가 안으로 들어가려는 생각은 많이 하지 않은 것 같아요. 모터를 사려고 할 때 많이 왔었죠. 근데 사장님께 추천을 받는다기보다는 제가 이미 살 것을 정하고 사러 오는 정도였어요. LED 디밍 장치를 사러 왔었는데 사장님이랑 길게 대화해본 게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작가들은 대부분 혼자 작품을 구상하고 만드는 편이라 어디에서 첨언을 받을 기회가 많이 없어요. 근데 여기에서는 사장님들에게 조언을 받을 수 있는 게 좋은 것 같고, 특히 전기 부분이 그렇죠. 모든 것을 잘할 수는 없으니까요. 마치 유튜브 알고리즘처럼 이 곳에 오면 생각지도 못한 작품들이 떠오르기도 해요. 처음 보는 재료를 만나면 좋은 것 같은데 한번 써볼까? 하다가 좋은 작업이 나오기도 하거든요. 시각적으로 나에게 새로운 것들이 보인다는 걸 인지할 수 있는 곳이잖아요. 그래서인지 그냥 영감을 받으려고 일부러 지나다닐 때도 있어요.
예술가에게 세운상가는 어떤 곳일까요?
작가(예술가)들에게 청계천 일대란 영감의 시발점이면서, 사장님과 직접 마주 대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은 곳 같아요.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선배 소개로 친절한 곳에서 구입했었는데, 학교 나온 지도 오래 되었기 때문에 뭔가를 구매하는데 소개나 첨언을 들을 수가 없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생각하기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공간, 서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예술가들의 교류공간” 같은 게 있다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예술계라고 하면 미술 뿐만이 아니라 연극, 뮤지컬, 무대, 극작 등등 정말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있는데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이 만나게 될 때, 서로 모르는 걸 알게 되고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는 거죠. 아무리 인터넷이 발달했다지만, 어쩔 수 없이 점점 비대면화가 되면서 그런 효율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사진) 방랑자의 농장 부품들, 김진아 작가 제공
세운 네비게이터, 기술중개를 만나다
작품을 만들면서 가장 큰 어려움은 뭐였나요?
물 새는 부분이 제일 어려웠어요. 모터를 구매했는데 출력이 너무 세서 출수구를 뚫었는데도 불구하고 물이 자꾸 넘치는 거에요. 결국 모터를 작은 것으로 바꿨죠. 일단 공중에 떠있는 수경재배의 모듈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계속 그림을 그리면서 열심히 공부를 했죠. 펌프로 물이 위로 올라가서 흘러 내려오는 형식이어야 했거든요. 처음에는 DIY수경재배 세트가 있는지 찾아봤는데 공중에 띄울 수 있는 건 없었어요.또 한가지, 파이프 살 때 재단을 요청했는데 처음엔 안된다, 원장으로 들고 가야된다고 말씀하셨어요. 이럴 경우에는 일단 사겠다고 해놓고 차 불러서 실어가야 하니까 잘라주세요 하면 되더라고요. 그러면 일단 톱질을 하게 되니까 이왕 자르게 되는 상황에서는 몇 cm로 잘라달라고 하는 요청에 거절하시진 않거든요.(하하) 그렇게 해서 원하는 길이의 파이프를 가져가게 됐죠.
공중에 띄우는 컨셉 때문에 개발을 직접 해야 했고, 기술중개까지 오게된 거군요.
네 맞아요. 기술중개를 받으면서 조금 변경된 부분도 생기고, 더 좋아진 부분들도 있어요. 여러가지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방랑자의 농장> 이후 어떤 전시들을 하셨나요?
이 전시를 한지 무려 1년이나 지났네요. 저는 그 사이에 레지던시도 하고 일본에서 개인전도 전시했었어요. 지금까지 했던 전시들을 한번 싹 보여주고 싶어서 아카이브 전시같이 했고, 신작도 하나 했고, 미공개작도 보여주고 그랬죠.
벌써 마지막 질문이네요. 앞으로의 계획이나 작업이 궁금합니다.
코로나19로 계획이 많이 취소가 되서..지금 만들고 있는 작업이라기보다는 요즘에 도시재생 분야에 관심이 생겨서 사회적기업을 운영하고 계시는 대표님이랑 전시도 하고 리서치도 하면서 활동하고 있어요. 작업실도 도시재생 구역에 있고요. 능곡이라는 곳인데, 거기에서 지금 활동을 하고 있으니 곧 뭔가 만들어지겠죠? 전시같은 것들은 대부분 다 취소가 되고 있는 상태여서 계획만 열심히 짜고 있어요. 그래도..잘 되겠죠?
김진아 작가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