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거리

인터뷰신진종합상사 정진호 이사

1985년 신진상사에서 2020년 필터나라에 이르기까지
정진호 (주)신진종합상사 이사


변화와 도전을 즐기는 사람은 단순한 목표에 자신을 가두지 않는다. 맑은 물, 맑은 공기에 대한 바람이 간절해지는 요즘  “세운상가 30년 총판” 이름을 달고 냉난방기와 정수필터 사업으로 목표치를 달성해나가며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는 세운의 젊은 기업가를 만나보았다.

글 한가람, 사진 류승완 ⓒ세운협업지원센터



세운상가 2세, 세운에서 일을 시작하다

“세운상가 30년 총판” 신진종합상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홈페이지 대문에 크게 걸린 문구 “세운상가 30년 총판”이 인상적입니다. 신진종합상사는 어떤 회사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신진종합상사는 아버지(정광길 대표)께서 1985년에 세운상가 1층에서 시작하여 35년째 사업을 이어오고 있는 냉난방기와 정수필터 전문 총판 기업입니다. 작은 냉난방기 판매업체로 시작해서 산업용 필터와 하우징 설비를 각지에 납품하고 미국, 중국 등 해외에도 수출하면서 사업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2014년에는 국내 굴지의 생수업체에서 판매-제조-컨설팅을 지휘하던 임원분과 함께 정수솔루션을 전담할 (주)신진이엔지워터를 설립하며 계열분리를 하였습니다. 점차 아이템이 늘어나고 사업 규모가 커지게 되어 2015년에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주)신진종합상사 법인을 설립하고 필터 사업 확장을 위해  ‘필터나라’ 브랜드를 운영 중에 있습니다.

신진종합상사는 세운상가의 세월과 어깨를 맞대며 가고 있는  많은 업체 중 하나일 거에요. 지금은 사무실이 여러 곳에 생기게 되었지만 아직도 처음 시작한 1층 매장에서는 여전히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세운상가 30년 총판”은 기술력과 신뢰성 그리고 안전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라고 생각하고 계속 가져가고 있습니다. 미루고 있었는데 35년이라고 문구를 변경해야겠네요(웃음).

세운상가 30년 총판이라는 수식어구 밑에 젊은 이사님이 계셔서 깜짝 놀랐는데요. 어떻게 일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계기부터 말하자면 아버지의 권유였습니다. “장사도 하나의 기술이다. 사업에는 정년이 없다” 라고 말하시며 제안하셨죠. 제가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7년간 했습니다. 건축을 전공하고 직장을 다니다가 서른에 한국으로 들어와서 매일유업에 입사했어요. 대기업 근무에서도 충족될 수 없었던 부분이 있었고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한다는 것이 녹록하지 않았어요.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아버지 제안으로 2011년부터 1층 매장에서 하나씩 처음부터 배우게 되었어요. 피는 못 속인다고 해야 할까요?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은 건지 장사, 비즈니스와 아주 잘 맞았습니다. 갈수록 행복지수도 높아지고 규모가 커질수록 자부심도 점점 커지는 것을 느낍니다.

가업을 잇는다고 하죠.‘2세로서 사업 경영을 공부한다’고 했을때 그려지는 여러 이미지들이 있는데요. 세운상가 2세의 시작은 어떠했는지 궁금합니다. 가장 먼저 했던 일은 무엇이었나요?

모든 환경의 첫 업무 시작은 ‘재고 파악’ 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재고 파악을 해야만 이 매장이 어떤 시스템으로 돌아가는지, 발주처가 어디인지, 어떤 고객이 주 고객인지, 마케팅 타겟은 어디로 잡아야 하는지 알 수가 있는데 제가 처음 발을 들였던 창고에서 맞닥뜨렸던 느낌은 ‘중구난방’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보통 제로부터 시작을 하잖아요? 이런 말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제로가 아니라 마이너스 상태였어요.(웃음) 창고를 가서 재고가 있길래 정리를 하려고 물건을 들어올리니까 밑에 또 다른 물건이 있어요. 또 들어 올리니까 ‘도대체 이게 몇 년 전이야’ 할만한 것들이 나오는 상황이었습니다. 마법의 창고 같았죠. 독하게 마음먹고 새로운 발주 일체 없이 재고만 빼내는데 5개월이 넘게 걸렸습니다.

마법의 창고를 처리하며 고군분투하셨을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데요. 세운상가 경기가 하락세였을 때 사업을 함께 시작하셨다고 들었어요. 작은 매장에서 부터 22억 연매출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신 비결이 궁금합니다.

1층 매장에서 8년을 있었네요. 물품관리, 발주, 계약, CS, 경리 사업 전체를 익히면서 점차 시스템이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중요하게 진행했던 일 두 가지가 있었어요. 이 두 가지를 부족하지만 조금씩 꾸준히 진행했던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인 것 같습니다.

첫번째는 온라인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온라인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었습니다. 어설펐지만 사진촬영부터 업로드 문구작성까지 직접 제작한 홈페이지로 차근차근 시작했습니다. 전문 디자이너가 보기엔 많이 부족해 보일 수 있을텐데 이제는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저희의 주력 사업이 되었죠. 

두번째는 계절을 타는 냉난방기와 차별화해서 사계절 연매출을 고르게 가져가는 주력 아이템을 선정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게 바로 “정수 필터” 분야였어요. 우리나라의 필터 기술력이 세계적으로도 뛰어납니다. 그 중에서 정수 및 공기청정 관련 고성능 필터사업이 확실히 전망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필터의 특성상 3개월~6개월마다 주기적으로 교체가 필요한 점, 미세먼지 악화 및 대기오염 등의 이슈가 지속되고 있는 점,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국산 제품이라면 해외진출을 준비할 수 있는 점 등이 더욱더 판단에 힘을 싣게 되었죠. 현재 필터사업 관련하여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필터나라’ 라는 사이트를 운영하며 주력사업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1976년 신진종합상사를 창업한 정광길 대표와 신사업에 주력하는 아들 정진호 이사


온라인으로 사업을 확장하면 더 넓고 저렴한 임대료를 찾아 이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업을 확장하실 때 여전히 세운상가를 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신진종합상사는 제품의 합리적인 가격과 높은 제품력을 기본으로 하면서 세운상가 인프라와 연결되는 역사를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저희 아버지가 30여년을 걸쳐 이루어 놓으신 부분을 한 순간에 바꾸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샘플 제작이나 소량 납품에 탁월한 환경을 갖추고 있고 연결된 사업을 다루는 업체들이 이웃으로 가득합니다. 여러 시기를 거치며 세운상가가 아닌 다른 임대료 저렴한 공간에서 온라인 판매에 주력했다면 오늘과 같은 성과를 일궈 낼 수 없었을 거에요. 저는 유통의 핵심지라는 것이 정책에 의해서라든지 하루 아침에 변할 수 없는 것이라고 봅니다. 백년 전에도 이 곳은 유통의 중심지였어요. 사람들이 모이기 쉽고, 오면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물건을 빨리 수급할 수가 있다는 것이죠. 저희도 예전에 교외지역으로 이전을 고려했던 적이 있었지만 하지 않았던 이유가 있어요. 온라인 사업쪽을 강화시킬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고 최고의 장인들이 모여있는 세운상가가 사업하는데 최적의 장소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이곳에 계속 있을 거에요. 

 

집에서 즐기는 힐링타임 <본스파 비타민 샤워기 필터>, 각 13,800원, filternara.co.kr, 1833-3526  

집에서 즐기는 힐링타임 <본스파 비타민 샤워기 필터> 각 13,800원, filternara.co.kr, 1833-3526[/caption]


얼마전 신제품 출시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큼직큼직한 냉난방기, 가전제품들 사이에서 색색의 아기자기한 샤워필터가 인상적입니다. 어떤 제품인가요? 

그동안 산업용 필터에 주력하다가 누구나 쉽게 깨끗한 물을 쓸 수 있는 가정용필터를 오랫동안 준비했어요.  제품 이름은 <본스파 비타민 샤워기 필터>인데요. 잔류 염소를 제거하고 비타민이 함유된 깨끗하게 정수된 물로 샤워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제품입니다. 향과 기능에 맞춰 총 10가지 종류에서 선택할 수 있고 쉽게 샤워기에 부착하고 교체할 수 있어 석회질이 많은 지역 혹은 피부가 예민하신 분들이 해외여행에서 물로 인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많이 찾는 제품입니다.
또한 요즘 피부에 민감한 여성 고객분들과 아토피 등 피부질환을 고민하는 어린 자녀를 둔 부모님, 녹물이 걱정이신 분 등 많은 고객들께서 필터나라를 방문하시고 문의를 주고 계십니다. 보다 깨끗한 물로 보다 나은 생활을 원하시는 분들을 위한 샤워필터로 아토피 협회에서 정식인증마크는 물론 NSF FDA 인증도 획득했기 때문에 믿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세운에서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하는 삶을 꿈꾸다

이사님과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굉장한 에너지를 받는데요. 무엇이든 바로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진종합상사의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계속해서 시도하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이 되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매일 새벽에 일어나 시장 조사하는 시간을 꼭 가집니다. 신문, 외국사이트, SNS 등 새로운 업체나 아이템은 무엇이 생겼는지, 반응은 어떠한지, 시대의 흐름을 읽으려고 많은 노력을 합니다. 그리고 내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시간을 따로 내서 꼭 배우려고 합니다. 절대 지금에 머무르지 않고 좀 더 점프해서 앞으로 나가고자 하는 방향성을 마음 속에 가지고 있죠. 시장도 세운상가에 머무르지 않고 해외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구요. 그러한 목표 덕분인지 고맙게도 실제로 매출이 매 해 늘어나고 있구요. 조금씩 성장하고 있구나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제가 받은 이익을 다시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 목표에 닿기 위해서 당장 하고 있는 것은 한분 한분 모든 고객분들을 소중히 또 감사히 여기고 “우리 회사의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분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합니다. 그 행복감은 무조건 기업으로 돌아오게 되어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기업이다 보니 영업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 하겠지만 받은 감사함을 조금이라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시도하려고 합니다. 앞으로는 사회적 약자인 분들과 장애인 고용 등 기업이 바로 시도해볼 수 있는 부분부터 조금씩 시작해보려고 해요.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돕겠습니다. 편하게 연락주세요.